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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면 끝날 줄 알았던 육아(애착관계,나의 이야기,스킨쉽의 힘,결론)

by miladder 2026. 9. 18.

 

결혼 10년, 20년이 넘은 부부에게 "지금도 연애할 때와 같은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젓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설렘은 줄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약해진 건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애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애착'이 쌓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애착과 애정의 차이, 한국인의 유독 강한 부모 자식 애착의 배경, 그리고 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 이야기가 왜 남의 일이 아닌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안고있는 부모와 자녀
안고 있는 부모와 자녀

1. 애정이 아니라 애착이 쌓이는 관계

애착은 "당신이 살아있는 세상에 나도 살아있겠다"는, 같은 세상에서 공존하고 싶은 소망입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처럼 애정은 갑작스럽게 생기지만, 애착은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아가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10년 된 부부보다 20년 된 부부가 애정은 줄었어도 애착은 오히려 더 클 수 있습니다.

다만 애착이 줄 수 있는 것은 휴식, 공감, 위로, 정서적 지지, 안전함, 편안함입니다. 기쁨과 즐거움, 재미와 행복은 가족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 감정들은 오히려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것들입니다.

집에 들어가서 신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인의 유난히 긴 심리적 애도가 있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자녀가 느끼는 '심리적 애도' 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가 한국이라고 합니다. 살아 계실 때 사이가 좋지 않았어도, 부모가 사망한 뒤 오랫동안 문득문득 그리워지고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간이 자녀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좋든 나쁘든 부모를 잃지 못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강한 애착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증거라는 설명입니다.

 

2. 나의 이야기 -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깨달은 것

저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돌아보면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기억들이 많습니다. 그때는 제자식, 제 남편만 살아갈 궁리를  했던 것 같아요. 집을 살 때도 아버지께 가서 돈 달라는 말을 쉽게 했고, 뭘 사주신다고 하면 왠지 가장 좋은 걸, 최고를 골라서 이른바 '부모 찬스'를 쓰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딱히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당연한 걸로 여겼던 거죠.

이걸 뒤늦게 깨닫게 된 건 제 아이가 저에게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였습니다. 아이가 저에게 뭔가를 당연하게 요구하고, 최고를 바라면서도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제가 아버지께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 왜 그렇게 쉽게 부모 찬스를 쓰면서도 감사할 줄 몰랐을까, 이제야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 아흔이 넘으신 어머니가 계신 걸 생각하면, 이 문제가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도 저는 '부모니까 나에게 뭔가 해주셔야 한다'는 마음이 은근히 남아있더라고요. 이게 바로 저의 이기심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강사님이 말한 핵심이 정확히 이거였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다른 개체라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던 거죠. 어머니를 '부모'라는 역할로만 보지 않고, 저와는 완전히 다른 한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보면 어머니가 저에게 해주시는 것도, 제가 어머니로부터 받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3. 차우셰스쿠 고아원 실험이 보여준 스킨십의 힘

이 강한 애착이 어디서 오는지 설명하는 근거로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독재 시절의 고아원 사례가 자주 언급됩니다. 당시 보육 교사들에게 아이를 안거나 만지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는데, 이렇게 자란 아이들 중 상당수가 이후 후천적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애착과 공감을 담당하는 편도체 영역이 어릴 때 스킨십 없이는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많이 안아주는 나라로 꼽힙니다. 120여 년 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신부가 남긴 영상에도 "아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안고 만져온 문화가 한국 특유의 강한 부모 자식 애착, 그리고 유독 격렬한 사춘기(부모와의 애착을 스스로 끊어내는 과정)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4. 다름- 가족끼리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아동 발달을 연구하던 학자들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성인 자녀와 부모의 관계 연구로 넘어가게 됩니다. 로렌스 스타인버그 교수의 연구에서 핵심은 '수명'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아동·청소년기로 함께하는 기간은 20년에서 

80년에 달할 수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지금, 어느 쪽이 더 긴 관계인지를 생각하면 관계를 대하는 방식도 계속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가족끼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버지께 당연한 듯 요구하고 감사할 줄 몰랐던 것도, 지금 어머니를 대할 때 여전히 남아있는 기대심도 , 지금 제 아이가 저에게 그러는 것도, 결국  서로를 '부모', '자식'이라는 역할로만 보고 다른 개체로 인정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같은 흐름 안에 있는 일입니다. "너는 왜 나랑 다르게 생각해?"가 아니라 "너는 나와 이렇게 다르구나"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참고문헌:https://www.youtube.com/watch?v=DHNct1IUfak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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