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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어도 인형을 놓지 못하는 아이, 괜찮은 걸까요? – 서른 살 딸을 키운 엄마의 이야기(달래기 야단치기,인형의 의미,서른 살에도 인형)

by miladder 2026. 10. 8.

중학생이 되어도 인형을 놓지 못하는 아이, 괜찮은 걸까요? – 서른 살 딸을 키운 엄마의 이야기
우리 딸은 초등학생 때부터 인형을 끼고 살았습니다. 잠잘 때도, 밥 먹을 때도, 심지어 학교에 가방을 챙길 때도 작은 인형 하나는 꼭 넣어 가려고 했지요. 어릴 때는 귀엽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 모습이 그대로이니 엄마로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친구들한테 놀림받으면 어떡하지?" "혹시 마음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그때는 지금처럼 육아 전문가가 방송에 나와 친절하게 설명해 주던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 시절에 오은영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다면 아마 딸 손을 잡고 상담실 문을 두드렸을 겁니다. 그만큼 답답했고, 물어볼 곳이 없었습니다.

인형사진
인형사진

1. 달래고 야단치고 감추고 몰래 버리기까지

 

돌이켜보면 저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봤습니다.
처음에는 달랬습니다. "이제 언니가 됐으니까 인형은 동생들한테 양보하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날 밤에도 인형을 안고 잤습니다.
다음에는 야단을 쳤습니다. "중학생이 창피하지도 않니?" 아이는 대꾸 없이 인형을 이불속에 숨겼습니다.
그다음에는 제가 숨겼습니다. 장롱 위, 베란다 창고, 안 쓰는 가방 속. 그런데 아이는 귀신같이 찾아냈습니다.
결국 몰래 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날 아이가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그리고 그 뒤로 한동안 저에게 얼마나 말수가 줄었는지 지금도 기억합니다. 인형은 사라졌지만 아이의 집착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새 인형이 더 늘어났습니다. 별라별 인형을 구겨서 가방에 넣고 특히 사람인형은 하도 만지작거려서 인형머리가 민둥머리가 되어 징그럽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더욱더 그 인형집착을 없애려고 인형을 감추고 하는 등의 신경전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인형'을 없애려고 했지, 아이가 왜 인형을 붙잡고 있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 아이에게 인형은 어떤 의미일까 

 

아동 발달에서는 아이가 특정 인형이나 담요에 깊이 애착을 갖는 것을 흔히 '애착 물건(이행 대상)'이라고 합니다 그때는 아동의 심리를 그렇게 중대히 생각하지 않았지만. 엄마 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불안할 때 마음을 붙잡아주는 '작은 안전기지'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지만, 시기에는 개인차가 크고 사춘기나 성인이 되어서도 인형을 아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요즘은 어른들이 캐릭터 인형을 모으는 '키덜트' 문화도 흔하게 보입니다. 정도의 차이인데 유독 내 아이가 더 심하다고 느껴지는 부모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언제 '그냥 좋아하는 것'이고, 언제 조금 더 살펴봐야 할까요? 부모가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는 기준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대체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 인형을 좋아하지만 학교생활, 친구 관계, 공부는 무리 없이 해낸다
• 인형이 없어도 잠깐 아쉬워할 뿐 일상은 그대로 흘러간다
• 인형을 '모으고 아끼는' 취미처럼 즐긴다
•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도 충분히 나눈다


2).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신호

• 인형이 눈앞에 없으면 극심하게 불안해하거나 일상생활을 못 한다
• 사람과의 관계는 피하고 인형 하고만 대화하려 한다
• 이사, 전학, 부모의 갈등 같은 큰 변화 이후 갑자기 집착이 심해졌다
• 수면, 식사, 등교 등에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
• 인형 외에도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모으는 모습이 보인다
아래쪽 신호가 여러 개 겹치고 오래 이어진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아동 상담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인형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아이가 인형으로 달래고 있는 '불안'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3. 서른 살 딸은 지금도 여행 끝에는 인형을 삽니다.

그렇게 엄마 속을 태우던 딸은 어느새 서른 살이 되었습니다.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하고, 해외 파견 근무도 혼자 씩씩하게 해냈습니다. 오히려 엄마보다 더 독립적인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여행을 다녀오면 가방 속에 꼭 인형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처럼 끼고 자는 건 아니지만, 그 여행을 기억하는 작은 기념품처럼 인형을 고릅니다.
처음엔 "아직도?" 싶었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마그넷을 사고, 누군가는 엽서를 모으듯, 우리 딸에게는 인형이 '마음이 편안했던 순간'을 담아 오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딸은 인형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들을 정리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 번은  인형에 대해 물으면 스스로 내가 정도가 심하지 하면서 인정 합니다 그러나 문제로 인식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께 제 경험에서 우러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억지로 떼어내지 마세요. 몰래 버리면 인형은 사라져도 불안은 남고, 엄마에 대한 서운함까지 더해집니다.
• '언제 더 찾는지'를 관찰해 보세요. 시험 전, 새 학기, 엄마 아빠가 다툰 날처럼 특정한 때 더 찾는다면 그게 아이의 마음 신호입니다.
• 인형 대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인형에게 하던 말을 엄마에게도 할 수 있게 되면 집착은 자연스럽게 느슨해집니다.
• 일상이 무너질 때만 전문가를 찾으세요. 그전까지는 아이의 '작은 친구'로 존중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인형을 숨기는 대신 이렇게 물어볼 것 같습니다. "이 인형이랑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 그 한마디가 아이와 저 사이의 거리를 훨씬 좁혀주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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